보육학에서의 인간의 발달과 아동 발달의 영역
보육학에서 보는 인간의 발달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통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변화의 과정과 그 양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발달과정 중 특정한 매 시점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예를 들어 영아기에는 신체발달이 매우 급속히 이루어지고 유아기에는 자율성과 자기 통제력이 증가하는 등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발달의 양상을 겪게됩니다.
이 글에서는 신생아기에서부터 아동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피아제의 인지 발달이론에 근거해서 분석해 보고 실제 경험에 기대어 각각의 사례들과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아동 발달에 대한 연구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습니다. 최근엔 아동발달의 영역을 크게 인지적 발달과 생물학적 발달 그리고 사회 정서적 발달로 나누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특정 한 영역의 이론만으로 아동발달 전반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완벽히 도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본 글에서는 여러 이론 가운데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 기대어 영아기, 유아기, 그리고 아동기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
피아제는 '인간의 인지 발달이란 유기체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루어지는 적응의 과정이다'라는 전제 아래에 보편적인 인지 발달의 단계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피아제가 구분한 인지 발달의 단계는 감각 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로 각각의 특성은 다음과 같으며 본 글에서는 아동기에 해당하는 구체적 조작기까지의 특징들을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감각 운동기
감각 운동기는 출생에서부터 만 2세까지의 시기를 말하며 흔히 영아기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시기의 영아는 대상 영속성(사물이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을 가지게 되고 또한 목표 지향적 행동을 시작합니다. 목표 지향적 행동이란 보통 4개월에서 8개월 사이의 영아가 우연한 행동을 통해 즐거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면 '즐거움의 체험'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반복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실제로 이 시기의 영아들은 여러 장난감들 가운데 특정 장난감을 접한 뒤 이것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면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그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는 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본 필자의 딸이 5개월이 되었을 때 방문한 이웃집에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물고기 장난감을 보게 된 뒤, 몇 시간 동안 그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는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피아제는 24개월에 근접한 영아는 지연 모방이 가능해지는 단계까지 발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지연모방은 영아가 관찰한 대상의 특정 움직임이나 행동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금 흉내 내어 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두 돌 무렵의 딸 역시 이 시기에 핸드폰을 가지고 마치 통화하는 모습처럼 귀에 가져다 대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액정을 옆으로 미는 모습을 흉내내기도 하였습니다.
전조작기
피아제가 분류가 전조작기는 2세에서 7세까지의 시기로 이 시기는 유아기로 통칭하여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정신능력이 발달하여 가상놀이를 즐기기도 하며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장난감 인형이나 물건들이 사람처럼 감정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로 여기는 물활론적 사고를 합니다.
전조작기의 대표적 현상으로는 앞서 언급한 가상놀이를 들 수 있는데 만 30개월 무렵의 본학습자의 딸은 청진기로 병원놀이를 즐겨하기 시작했으며 가슴에 장난감 청진기를 가져다 대면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콜록콜록 기침하는 흉내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애착인형인 봉제악어인형을 눕히고 잘 자라고 인사한 뒤 토닥토닥 재우는 행동을 하거나 아기 인형에게도 젖병을 물려주는 행동을 자주 보이곤 했는데 이를 통해 이 시기의 유아가 물활론적 사고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 조작기
구체적 조작기는 학교에 입학하는 7세부터 11세까지의 시기를 말하며 이 시기의 아동은 자기 중심화에서 탈피하며 유목화와 서열화의 특성을 보입니다. 또한 보존개념을 획득하고 분류개념도 익히게 됩니다.
서열화는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으로, 혹은 빠른 것부터 느린 것까지 순서적인 배열을 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본 학습자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생일이 빠른 순서대로 친구들을 서열화하고 생일이 먼저인 친구를 언니라고 부르고 반대의 경우는 동생이라고 부르는 놀이가 한동안 인기였습니다.
또한 본 학습자의 자녀는 장난감 악어인형을 크기대로 서열화 한 뒤 가장 큰 악어를 가족 중 가장 키가 큰 아빠에 빗대어 아빠 악어, 중간 크기를 두 번째로 키가 큰 엄마에 빗대어 엄마 악어, 그리고 제일 작은 악어를 베이비 악어라고 구분해서 부르곤 했습니다.
이 외에도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서는 11세 이후의 시기를 형식적 조작기로 분류하며 앞서 언급한 각각의 시기 역시 조금 더 세분화해서 분류하기도 합니다. 다만 본 글에서는 초등학교 시기에 해당하는 구체적 조작기까지의 내용을 다루어 보고 있습니다.
보육학에서 다루는 다양한 발달 이론가운데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은 좀 더 개인적으로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직접 자녀를 키우면서 혹은 주변 지인들을 육아 사례를 직,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경험들과 생생하기 매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육아와 보육을 하며 겪은 아이들의 비슷한 행동과 특징들이 단순히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시기에 발현되는 공통된 행동 특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이 내용을 토대로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육아하고 보육할 수 있는 밑바탕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보육학 학습자를 비롯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은 흥미로운 배움의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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